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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족 둥지튼 스마트오피스


서울 남대문로에 자리한 한국릴리 스마트오피스 내부 모습. <사진제공=한국릴리>

"내 자리가 없어졌다"는 말은 일반 직장에서는 섬뜩하게 들리지만 스마트오피스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2010년 서울 남대문로 STX남산타워 건물 일부에 본사를 둔 외국계 제약사 한국릴리는 카페와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랜선이 설치된 소파나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앉아 노트북을 연결해놓고 일한다. 관련 서류나 자료는 개인 사물함에 두는 식이다. 스마트오피스는 정보통신(IT)기술을 기반으로 회사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도 특정한 공간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사무실이다. 개인 지정 좌석보다는 부서 간 협업을 하거나 휴식을 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독립 공간으로 마련된 개인 사무 공간도 있지만 이보다는 유·무선 인터넷과 복합기 등 사무기기, 회의 공간 공유가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이다. 불필요한 공간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임대료 절약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업체들에는 매력 요소이기도 하다. L사는 연 임차료를 25% 정도 줄였다. 주로 외근이 잦은 직종의 업체들이 스마트오피스를 사용한다. 최근 들어 몇몇 외국계 컨설팅 업체가 21세기 유목민을 표방한 공간을 꾸몄다. 강남 역삼동에 들어선 A사는 고정 좌석이 필요한 직군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스마트오피스로 꾸미면서 연 임차료를 17% 가까이 줄였다. D사 역시 2011년 전용 990㎡형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스마트오피스 공사비로 인해 처음에는 3.3㎡당 25% 정도 비용이 상승했지만 2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오히려 매년 10% 임차료를 절약하는 중이다. 글로벌 SNS업체 한국지사 두 곳 역시 강남 테헤란로 일대 빌딩 한 층을 빌려 스마트오피스로 사용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농어촌공사 경기본부가 공공부문으로는 처음 스마트오피스 형식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라운지, 휴게실 등 직원 복지시설과 커뮤니티 공간을 두 배로 늘린 대신 구내 전화를 모두 없애고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는 식이다. 컴퓨터 본체도 클라우드 방식으로 한번에 처리하도록 하면서 공간 활용에 중점을 뒀다. 자체적으로 스마트오피스를 꾸미는 회사도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곳도 있다. KT가 2011년부터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한 데 이어 1년 후에는 기술보증기금이 스마트워킹센터를 운영해 업체 300여 곳이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께부터 스마트오피스가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그간은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해 포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도입했지만 현재는 IT업계를 비롯해 컨설팅·제약사 등이 자체적으로 사무실을 구성하는 데 관심을 가지는 추세다.

정재욱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초기에는 스마트오피스로 전환하려는 문의가 매년 20~30% 늘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35~40% 정도 증가했다"며 "스마트오피스를 꾸미면 기존보다 평균 20~30% 정도 임대 면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5년을 기준 단위로 보면 이 기간에 8~13%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장단점 저울질은 필수다. 임대 면적을 줄이면서 공간 활용을 높이려 하더라도 적어도 전용면적 990㎡ 이상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컨설팅 업체들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어 공유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연출에는 효과적이지만 직원 개개인을 위한 공간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매일경제_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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